목사님칼럼
그 길(II)
오늘은 그 길을
옛 친구들과 걸었다.
집들은 헐리고
수목(樹木)은 우거졌는데
밭이 된 집터에는
추수의 흔적만 기억처럼 흐릿하다.
미국에서 온 친구는
그의 집터를 가름해 냈고
나는 어머니와 걸었던
그 길을!
가 볼 엄두를 못 냈다.
우리가 구원 받은 그 교회당은
함석 종탑이 없어진 채 옛 모습 그대로 있고
맞은편 새 예배당은
알프스의 어느 작은 교회당처럼 지어 졌네,
어느 해 같이 구원 받은 친구 목사는
“일부러 찾아오려고 해도 힘든 이곳에
선교사님은 어떻게 찾아 왔을까?”라고 내게 말했지.
김삿갓 묘지를 지나 계곡을 따라 걸었던
고향 길 칠 십리 길은 세월처럼 빨라졌구나!
오르는 산길 십 오리! 내려가는 길 십 오리!
그 깊고 깊었던 길 메기재는 붉은 단풍을 토해 내고 있는데
열네 살 어린 외아들 학업(學業)길 막을까봐
여기까지 오십 오리를 바래다주고
눈물 감추고 돌아서 걸어가는 내 어머니 마음 같아라.
TAG •
- ,
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.
Designed by sketchbooks.co.kr / sketchbook5 board skin
abcXYZ, 세종대왕,1234
abcXYZ, 세종대왕,1234